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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동물친구들과 살아가는 방법

독일이 네 발, 두 발 동물과 살아가는 법


독일에서 함께 교회를 다니는 친구 한 명이 어느 날부터인가 보이지 않았다. 듣자 하니 최근에 새로 분양받은 개 때문에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개를  길러온 사람도 부연 설명 없이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일까? 독일인들이 어떻게 반려동물을 만나고 또 함께 살아가는지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을 때, 곧 고개가 끄덕여졌다. 


독일은 선진적인 반려동물 문화로 유명한 국가다. 1990년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문을 추가했고, 2002년에는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를 기본법에 명시했다. 독일인들은 동물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같은 ‘생명’으로 바라보고, 이들에게 제3의 법적지위를 부여했다. 이것이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독일의 반려동물 문화를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동물 친구를 만나는 첫 장소, 티어하임(Tierheim)  



독일에서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려면 가장 먼저 ‘티어하임’에 가야 한다. 동물보호소를 일컫는 티어하임은 ‘동물(Tier)의 집(Heim)’이라는 뜻으로, 독일 전역에 520여 개가 흩어져 있다. 그 이름에 걸맞게 개, 고양이, 토끼, 거북이, 말, 양, 새 등 다양한 종의 동물이 모여있는데, 절반 이상이 주인이 사망했거나 이사해서 입소한 경우이고 나머지는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경우다. 놀라운 점은 이들 중 90% 이상이 새로운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개인간 동물 매매가 금지되어 있고, 통상적으로 동물 분양이 주로 티어하임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더불어 티어하임은 기본적으로 노킬(No-kill)정책을 펼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입소한 유기동물을 대거 안락사시키는 국내 지자체 동물보호소와는 다르게, 티어하임은 동물이 새 가족을 찾지 못하더라도 평생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동물들은 이곳에서 건강 관리와 함께 교정훈련을 받으며 재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자원봉사자와 매일 산책하면서 사회성을 회복한다. 동물이 인간과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각 지역의 티어하임은 동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적합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자 매우 노력한다. 예를 들어 유럽 최대의 동물보호 시설로 손꼽히는 ‘베를린 티어하임’은 총면적이 5만 6천 평에 달하고, 연간 1만 5천여 마리의 동물을 직원 140명, 자원봉사자 600명, 수의사와 간호사 20명이 돌보고 관리한다. 각 동물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데, 사회성이 뛰어난 개들을 위해서는 서로를 인지할 수 있게 투명 유리벽으로 만든 독방식 견사를 배치하고, 자유로이 실내외를 넘나들 수 있게 한다. 한편 고양이와 길고양이를 위해서는 각각 자연광이 잘 들고 캣타워가 놓인 방과 자유롭게 무리 지어 살 수 있는 풀숲을 따로 제공한다.



물론, 동물을 위해 널찍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은 동물 케이지의 최소 면적을 법적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고(서 있는 상태에서 지면부터 등까지 높이) 50㎝까지는 6㎡(약 1.8평), 65㎝ 이상은 10㎡(약 3평)로 규정되어 있으며 채광, 환기, 난방설비 등에도 까다로운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러한 티어하임은 보통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 연간 시설유지비가 회원비, 기업과 시민들의 후원금, 상속 및 증여금만으로 충당되는 경우와 지자체로부터 ⅓ 가량 지원받는 경우로 나뉜다. 베를린 티어하임의 경우 15만 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덕분에 한화 100억 원에 해당하는 연간 유지비를 국가 지원금 없이도 해결하며, 이에 따라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동물 복지 증진에 관해 목소리를 높인다.




동물 가족 맞이하기, 함께 살기


이제 입양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티어하임이 엄격한 기준을 통해 관리되는 시설인 만큼 입양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도 역시 만만하지 않은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주별로 방침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일정 간격을 두고 두세 번의 방문은 필수다. 입양을 원하는 이들은 케이지마다 달린 표시판에서 동물의 나이, 성장배경, 성격, 행동패턴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직접 한 두시간 동안 함께 산책해 볼 수도 있다.


관리자는 상담을 통해 입양 가족의 생활양식에 맞는 동물을 추천해주는 한편, 여러 질문을 던지며 이들이 정말 동물을 기를 수 있을지 적합성을 심사한다. 가령 가족 인원, 전 구성원의 동의 여부, 집 면적, 한달 수입, 집주인의 동의 여부, 집과 인근 공원과의 거리, 하루 집에 머무는 시간, 산책 가능 시수, 거주지의 층수 혹은 엘리베이터의 유무 등이 포함된다. 추후 직접 가정 방문을 통해 심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전체 과정이 길게는 한 달 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는데, ‘가족'을 찾는 중요한 일인 만큼 티어하임과 입양희망자 모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불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취향에 따라 동물을 데려갈 수 있고, 또 항상 좀더 어린 동물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선 가히 생각지 못할 일이다.


이로써 어렵사리 맞는 동물을 찾았다면, 보호과금(Schutzgebuhr)을 내고 집에 데려올 수 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한화 15만 원 ~ 75만 원 선이다. 그리고 시에 동물을 등록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개의 경우 매년 13만 원 이상의 반려견 세금(Hundesteuer)이 부과되는데, 이는 동물 복지를 위한 예산으로 활용된다. 또 불필요한 발병 및 사고와 원활한 제도 운용을 위해 반려견 건강 보험 가입과 중성화 수술 역시 필요하다.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는(?) 친구의 개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 이들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연습해야 한다. 특히 개를 데려온 경우, 독일인은 기본적으로 산책을 하루에 3번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반려견은 활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실외에서 용변을 보는 습관을 들인다(한국에서 개를 키우는 집마다 꼭 필요한 배변판은 독일에서 오직 아픈 동물을 위한 비품이다). 


산책은 공원 외에도 카페, 레스토랑을 포함해 다양한 상점과 건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반려동물을 반기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장을 보는 경우 보통 가게 앞에 개를 매어 놓고 다녀와야 하지만 납치 혹은 폭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담당자에게 허락을 맡으면 직장과 학교에도 개를 데려갈 수 있다. 그러지 못하는 1인 가정의 경우 드물게 소위 ‘세컨드 패밀리'라고 불리는 다른 가정이 반려동물을 일정 시간 무보수로 맡아 함께 돌보기도 한다.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중단하는 ‘파양’은 전체 입양 중 겨우 약 2%로 추정된다. 반려 가족의 품에서 자연사하는 경우가 전체 입양 약 12%에 그치는 데다 기본적으로 유기동물 입양을 꺼리는 한국의 사정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뮌헨 티어하임 산드라 길트너 박사는 "독일 사람들은 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혐오할지라도 겉으로는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반려견 학대나 유기 사실이 드러나면 지역 사회에서 사실상 매장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 결여에 독일인이 얼마나 예민한지, 독일 수의국에는 매일 세 건 이상 반려견 관련 민원이 접수된다. '옆집 강아지가 이틀 이상 산책을 하지 않았다'에 이어 '차에 혼자 강아지가 있다', '산책 중 다른 강아지와 어울리지 못하게 한다'는 신고가 들어온다고.  




소유와 공존 사이에서



공원 잔디 위에서 펄쩍펄쩍 공놀이하고, 킁킁 냄새 맡으며 봄 내음을 만끽하는 독일의 개들을 보고 있으면 한국 본가에 두고 온 우리 개가 절로 떠오른다. 처음에는 이곳 동물들이 집 근처에서도 쉽게 드넓은 공간을 누린다는 사실에, 그 환경적인 측면을 감탄하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동물을 같은 생명으로서 존중하는 성숙한 의식 수준과 이에 따른 제도적 장치에 더욱 놀라고 있다. 독일의 법은, 동물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지능력과 감정, 기억력 등을 가진 같은 생명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공고히 한다. 이제는 노화로 쇠약해진 늙은 우리 개. 십수 년간 한결 같이 ‘예뻐해’ 왔다 자부하지만, 우리개에게도 나와의 생활이 만족스럽거나 충분했을까 자문해본다. 많은 시간을 가족들 없이 홀로 집을 지켰던 우리 개에게 나는 과연 어떤 가족이었을까?


반려동물 중에서도 특히 개를 둘러싼 논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놀랍게도 현대 한국인의 생활이 보이는 것 같다. 당신이 반려견과 보내는 시간이 짧다면, 아마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그만큼 짧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의 반려견과 편하고 안전하게 산책할만한 곳이 없다면, 그건 혼자 산책할 때도 비슷할 것이다. 당신이 반려견과 개인 승용차가 없이 어딘가에 가기 힘들다면, 그건 당신이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신의 반려견이 짖어서 사람들이 싫어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우는 아기에게도 눈을 흘기지 않을까. 이 복잡한 도시에서 두 종은 같은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와 주인이 서로 닮는다고 하는 것처럼.


오늘도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입양한다. 푹신하거나 까끌까끌하거나 미끌하거나,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 나를 반겨주는 존재. 나에게 전적으로 삶을 의지하는 존재. 사람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대신 들어주는 존재로서 말이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한 때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버리기도 한다. 더이상 아름답지 않고, 재미가 없고, 돈이 아깝고, 귀찮아져서. 그래서 나는 한국에 있는 늙은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미안함이 앞선다. 내가 사는 방식과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 때로는 나 자신에게도 최선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에게는 더더욱 최선이 아니었을 것이기에. 그리고 미안함에 뒤따르는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결국 나와 우리의 ‘삶’도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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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사이트


베를린 티어하임 공식홈페이지  http://www.tierschutz-berlin.de/ 


동물권단체 케어(Care)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 촉구 http://fromcare.org/archives/18414


독일 반려문화 통신원 함수정 박사 포스팅 https://blog.naver.com/animalandhuman/221095080043